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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치앙마이여행기록2 엉망진창 하루

by lalou 2024. 11. 15.

지난 밤에 새벽 세시가 넘어서 잔 것치고 다들 일찌감치 눈을 떴다. 아직 여기가 한국인지 치앙마이인지 모르겠는 아침, 우선 조식을 먹으러 조식당에 갔다. 치앙마이에서의 한끼한끼가 소중한데 굳이 조식을? 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아이가 음식이 입에 안맞을 수도 있고(맞았음) 아침 메뉴 선정의 스트레스 없이 편하게 조식을 먹겠다며 조식포함으로 예약했는데 정말 잘한 선택이었다. 

 

호텔마유의 조식당은 마치 한국의 태국식당같은 느낌이었다. 손님이 거의 한국인이었다. 덕분에 여전히 여기가 한국인지 태국인지 모르겠지만, 역시 보증된 후기덕에 메뉴도 무난무난 깔끔한 편이었다. 3일 지내는 동안 메뉴는 조금씩 바꼈고,  매운 음식 전혀 못먹는 아이도 먹을 만한 메뉴가 제법 있었다. 오렌지쥬스가 맛있어 아이가 잘 마셨고 어른들은 커피 맛이 좋아서 아침에 카페인을 든든히 챙겼다. 월남쌈도 강추, 소스가 고수와 마요네즈를 섞은 듯한 소스였는데 살짝 매콤하면서 너무 맛있어서 집에서 해먹어봐야지 생각할 정도였다. 

조식을 먹고 향한 곳은 바로 마야몰. 바리바리 짐을 챙기고 정작 핸드폰 케이블을 안챙겨와서였다. 마야몰 다이소에서 케이블을 사고, 아이가 사달라고해서 클레이도 하나 샀는데 이 클레이로 놀고나서 아이는 여행내내 손톱에 검은 때가 낀 채로 다녀야했다. 

 

케이블을 사고 아이는 남편과 4층 키즈시설에서 노는동안 나는 핸드폰 충전을 하기 위해 5층 코워킹스페이스 캠프에 갔다. 잠깐 혼자 힐링시간, 자유로운 공간일 줄 알았는데 거의 독서실같이 조용한 분위기였다. 치앙마이에서 일하며 지내면 너무 좋겠다는 생각을 할 겨를도 없이 아이랑 남편이 와서 힐링 끝.

지난 밤의 피로가 풀리지 않은 터라 무리하지 않기로하고 아무 일정도 잡지 않은 날이기에 숙소로 돌아와서 쉬기로 했다. 사실 남편이 골치아픈 실수를 해서 남편과 조금 다투었는데 나는 해결방법을 찾기 위해 애쓰는 동안 남편은 이미 실수했으니 어쩔 수 없지않냐며 방안에서만 있는 시간을 아까워하며 아이랑 수영장에 가버렸다. 본인이 실수해놓고 홀랑 가버리다니, 하지만 가라앉은 분위기에서 아이를 데리고 나간 건 고마운 일이었다. 그 일은 돌이켜보면 별 일 아니었고 결국 잘 해결되었다. 진정했지만 엉망이 되어버린 기분으로 수영하고 싶진 않아서 아이볼겸 수영장에 갔는데 둘이 너무 행복하게 놀고 있었다. 

 

빨리 수영복입고 오라는 둘의 말에 나도 기분을 풀고 수영복을 입고 물에 들어갔다. 물 속에 고개를 넣자마자 아, 야외 수영장이 이렇게 행복했었지, 생각이 들었다. 물은 조금 차갑지만 따뜻한 햇빛이 비추고, 야자수도 보이고 조용하고 평화로웠다. 그래 나, 치앙마이 와서 왜이렇게 우울하게 굴었나 행복해야지 다짐을 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아이 앞에서 아빠랑 조금 다퉜지만 화해했다고 이야기해주며 보여주기식 화해의 포옹으로 마무리하였다. (아이는 엄마아빠 싸웠냐며 어리둥절해했다는) 

 

어쩌다보니 첫날은 점심과 저녁을 다 배달음식으로 때웠다. 점심은 수영하고 나서 찰밥과 구운 닭고기를 시켰고, 저녁은 비건식당에서 여러종류의 음식을 시켰는데 둘다 실패였다. 점심에 먹은 닭고기는 맛있게 먹고 있던 중에 익지않은 부분을 발견했고, 저녁은 맛이 없었다. 그리고 위의 사진처럼 비닐로와서 먹기 불편했는데, 미리 올 때 일회용용기를 챙겨올 걸 싶었다.  이렇게 음식까지 실패하고 나자 이번 치앙마이 여행이 걱정되면서 치앙마이가 잘못인지 내가 잘못인지 따지게 되었다. 치앙마이는 그대로였다. 내가 너무 변한 것 같다. 내일은 좀 더 잘 지내보자며 가족 모두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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